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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레 마당 한 켠에 장식이랍시고
바닷가에서 주워온 검정색 부표를
몇 개 놔뒀었는데요, 얼마전 각양각색의
부표를 조금 더 주워왔습니다.
지금처럼 많이 춥지 않았던,
봄날 같은 11월의 끝자락,
애월 바닷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들이키고 충동적으로 걷게 된
바닷가는 큼지막한 몽돌들로 해안가가
이루어져 있었고 그 곳은 부표의
무덤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바다에서 밀려왔다가 몽돌 사이에
걸려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했겠지요.
부표 뿐이 아닙니다. 장화, 운동화, 스티로폼,
중국어 상표가 붙은 유리병, 밧줄, 각종 플라스틱 제품 등.
이 곳 해안 뿐만이 아닙니다. 바닷물의 움직임에
따라 그리고 해안 지형에 따라 유난히 쓰레기가
모여드는 곳이 있더군요. 말로만 듣던
해양쓰레기의 심각성, 부분적으로나마 실감하게 됩니다.
바다로 둘러쌓인 섬에 있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일말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아쉬움과 동경으로 바다에 떠서
표식의 역할을 하는 부표를 주워
오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기존 주택을 고쳐 만들어 마련된
마드레와 같이 재활용의 의미로
가져오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다의 쓰레기를 주워와
장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구요,
바닷가에서 더 이상 주워올 것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됩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헛된 기대일테고
다시 이따금씩 바닷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웃거릴테죠.
끝나지 않을 끝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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