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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슐커피
    기억 2014. 2. 4. 00:50



    마드레에는 네스카페의 돌체 구스토가 있습니다.
    캡슐 커피로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내려 드실 수 있습니다.
    1박에 4개의 캡슐을 드리고 있습니다.


    캡슐은 플라스틱 용기에 원두커피가 들어있고 비닐류의
    재질로 덮혀 있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나도 형태는
    변형되지 않고 뚜껑에 아주 작은 구멍만 뽕 뚫립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것은 어디에다 버려야 할 것인가?
    겉은 플라스틱이니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야 할 것 같은데
    속에 음식물이 들어 있으니 갈팡질팡입니다.


    그래서 돌체 구스토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을 들여다보니 '재활용으로 분리수거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나 봅니다.

     
    답은 '캡슐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니 일반쓰레기로 버리세요'.


    명쾌한 답을 얻어 몇 번 실행에 옮겼지만 마음 한 구석은
    상쾌하지 못했습니다. 모진 성격의 눈에는 여전히
    플라스틱과 음식물이 분리되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분리해 볼 수 밖에요. 칼로 뚜껑을
    뜯어내고 커피를 들어냈습니다. 이렇게 커피를 제거하면
    캡슐 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커피는 방향제로도 사용하고 말이지요.


    한동안은 그렇게 했습니다. 청소시간에 그걸 했습니다.
    마치 조개 껍질을 벗기고 조갯살을 발라내는 듯한 모습이었죠.

    몇개의 캡슐에서 나온 커피는 마드레 밧거리 주방에 두었습니다.
    다음 손님이 나가시면 또 발래내고 방향제로 사용했던 커피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고 캡슐 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했습니다.

    궁상 맞아 보였지만 편집증적인 성격 탓에 쉽게 그만 두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 기반은 우리의 환경 보호에 있었습니다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이 청소시간의 작은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때는 청소시간이 빠듯한데 뚜껑 따고 커피 들어내고 통 행구고
    따면서 여기저기 튄 커피가루 닦아내고.

    이건 궁상을 넘어선 비효율적인 짓거리임을 한참 후에야 느끼고
    얼마전부터는 사용하고 난 캡슐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유시간에 모아둔 캡슐을 쏟아내었습니다.
    고무장갑을 장착하고 한 손에는 과도를 다른 한 손에는
    캡슐을 쥐고 분리 작업을 시행했습니다.




    캡슐의 몇 십배나 되는 스텐볼에
    커피가 한가득 담겼습니다.

     제법 긴 시간동안 모았던 것들이라
    커피의 향기로운 향은 많이 날라갔습니다.

    방향제로 쓰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다른 음식물 쓰레기들과
    함께 잘 발효시켜 비료로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미미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제주섬에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버려진 캡슐을 모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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