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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레 바깥채에 작은 오디오가 있습니다.
오디오에는 시계 기능이 있는데요,
시계가 자꾸만 느리게 갑니다.
정확하게 맞춰 놓고 며칠 지나
보면 또 늦어져 있습니다.
9월1일.
오늘은 그 오디오의 시계처럼
시간이 늦춰졌으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벌써 한 달 전의 일이고
한 달 전에 찍은 사진이네요.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입니다.
마드레로 들어오는 시멘트 길이
아스팔트로 까맣게 포장되었습니다.
인적 드문 좁은 길에
거대한 중장비들이 들어와서
오전 내내 슥삭거리더니
말끔한 길이 생겼습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담긴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왠지 아쉽고
반반한 새 길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또 시간은 금방 흘러갈테고
이웃집 경운기와 트랙터가 지나다니고
비에 쓸려내리고 바람에 휘감기면
세월의 때가 탄 낡은 길이 되겠지요.
매미 소리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귀뚜라미의 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을입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