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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볼라벤 상처
    기억 2012. 8. 29. 00:26



    바람 많은 제주섬에서 1년 넘게 살면서
    거센 바람에는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그간의 경험이 무색해졌습니다.
    작년에도 태풍은 왔었고 겨울에도 태풍급 바람이 불어닥쳤지만
    그래도 정전이 되고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진 않았었거든요.

    거기다 돌담이 무너진 건 처음 봤습니다.
    아무리 센 바람이 휘몰아쳐도 끄덕없던 돌담이었는데 말입니다.
    마드레로 향하는 길, 곳곳에 돌담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드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마드레와 이웃집의 경계를 이루는 돌담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만하기 다행이고 사람 안 다쳐 또 다행입니다만
    다시 쌓아올릴 일도 막막하고 다시 쌓는다 해도
    옛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무너진 담장 못지 않게 안타까운 것은
    하귤이 똑 떨어져버린 것입니다.

    탁구공보다도 더 크게, 보통의 귤만큼이나 크게
    무럭무럭 자라났는데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딱 두 개 달려 있었는데 두 개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 인재라 더 마음이 쓰립니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 놓을까 말까 하다 그냥 뒀었거든요.

    겨울이 되면 마드레의 마스코트와 같은 역할을 할 하귤이었는데
    너무나도 아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참 다행입니다.
    볼라벤이 마드레에 남기고 간 상처는
    그 정도가 손에 꼽히는 것이거든요.





    문제는 마드레가 있는 마을이에요.
    마을 중앙 사거리에 있는 큰 퐁낭(팽나무)이 그만 두동강 나버렸습니다.
    수명이 120년도 넘은,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라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반쪽은 괜찮은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다행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참 어렵네요.






    지난 2월에 찍은 원래의 모습입니다.
    잎이 가득 나서 푸르른 여름의 모습을 담아놓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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