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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마당 한 켠의 오죽을
모두 뽑아버렸었지요.
▶ 오죽 안녕
오죽 대신 심었던 금목서,
가을이면 꽃이 핀다고 했는데
9월이 다 가도록 꽃이 맺히지 않았어요.
올해는 옮겨 심은 첫 해여서
새 땅에 적응하느라 힘든가?
그래서 꽃은 내년에 피우려나?
나무에 대한 무지로
아쉬움만 키우다
시월이 되었고
어느 날 녹색 잎 사이로
살구색 알맹이들이
몽글몽글 맺힌 걸 보게 됐어요.
금목서는 그 꽃의 향이
만리(萬里)를 갈 정도로
진해서 만리향이라고도
한다 합니다.
그래서 더욱 꽃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감이 컸었는데요,
과연 헛말이 아니더군요.
꽃망울이 맺히기만 했을 뿐인데도
마당에 서 있으면 향이 전해져 왔어요.
그러니 꽃을 틔우고 난 후에는
말할 것도 없지요.
바람이 이리저리 불다
마드레 마당쪽으로 향하면
금목서의 꽃향이 가득 실려옵니다.
괜히 숨을 더 깊게 들이쉬게 됩니다.
꽃이 지면 또 일년을 기다려야하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사랑하는 가을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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